새 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리버풀이 원정에서 승격팀 입스위치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MCW 기록원이 감탄할 만한 완벽한 출발을 알렸다. 조타와 살라가 나란히 한 골씩 터뜨렸고, 무실점 승리까지 챙기며 슬로트 감독 체제는 이상적인 출발을 보여줬다. 경기를 보면 리버풀의 변화가 뚜렷했다. 점유율 중심의 운영이 강화됐고, 수비 안정성도 크게 개선돼 이제는 ‘1대3 역전패’ 같은 아찔한 상황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조타의 골 장면은 슬로트 감독의 전술 철학을 잘 보여줬다. 입스위치의 젊은 사령탑 맥케나는 아놀드를 전담 마크하도록 루옹고를 배치했는데, 이로 인해 리버풀의 실질적인 빌드업 중심인 아놀드가 공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전반전 리버풀의 슈팅은 단 3회에 그쳤고, 유효 슈팅은 0, 기대 득점(xG)은 0.11에 불과했다.
전반 종료 후 슬로트는 과감히 변화를 줬다. 수비수 퀀사를 대신해 코나테를 투입한 것인데, 퀀사가 못해서라기보다는 전반전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전술적 수정을 시도한 셈이다. 이후 리버풀의 두 센터백은 간격을 넓히고, 코나테는 공격 전개 시 터치라인 근처까지 올라갔다.
MCW 경기 분석에 따르면, 리버풀은 왼쪽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입스위치의 수비를 끌어들인 뒤, 갑작스레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아놀드에게 연결했다. 전반전 내내 흐뭇하던 루옹고는 후반 들어 갑자기 두 명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상황에 빠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코나테는 아놀드 주변에 수비가 몰린 것을 보고 공을 그래번베르흐에게 전달했고, 네덜란드 출신 미드필더는 이를 살라에게 넘겼다. 살라는 다시 뒤로 패스하며, “시간을 아끼는 것이 최고의 절약이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가장 큰 낭비다”는 말처럼 효율적인 전개가 이어졌다. 루옹고는 혼란스러운 움직임 끝에 아놀드에게 넓은 공간을 내주었고, 아놀드는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프리한 상태에서 시야가 확 트인 아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10번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냈다. 땅볼 스루패스로 입스위치 수비를 완전히 뚫었고, 살라는 빠르게 침투해 3번 데이비스의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살라는 논스톱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조타가 왼발로 마무리하며 완성도 높은 득점을 기록했다. 이런 장면은 아마도 슬로트 체제에서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는 과거 클롭 시대 리버풀의 공격 방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클롭 1.0은 헨더슨, 아놀드, 살라가 우측에서 삼각형을 만들며 아스널의 외데고르-화이트-사카처럼 움직였고, 클롭 2.0은 아놀드의 롱패스로 살라가 뒷공간을 파고드는 패턴을 자주 활용했다.
반면 슬로트의 리버풀은 짧은 패스 중심의 지상전 전개, 빠른 1차 터치와 연계 플레이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이번 경기는 시즌 첫 경기였고, 상대는 승격팀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이르다. 진짜 시험대는 3라운드 맨유와의 원정 경기다. 그때 그래번베르흐가 후방에서 얼마나 중심을 잘 잡아줄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시즌 내내 엔도 와타루를 응원했던 팬들에겐 다소 아쉬운 경기였다. 이날 그는 90분 내내 벤치를 지켰고, 교체 투입 기회도 받지 못했다. 리버풀이 소문난 조비멘디 영입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결국 내부 자원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맥알리스터-그래번베르흐 조합이 무난해 보이지만, 강팀을 만나면 중원이 뚫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더블 볼란치가 진정한 해답인지 여부는 맨유전을 끝낸 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MCW 기록원이 가장 반가웠던 점은, 지난 시즌 막판 부진했던 살라가 여름 휴식을 거치며 예전의 날카로움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날 조타의 득점을 도왔고, 본인도 직접 골을 넣으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